스포일러 포함: 《D.P.》 시즌1과 시즌2의 주요 사건 구조를 언급합니다.
《D.P.》 시즌2는 새 시즌이지만 에피소드 넘버를 1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았다. 한준희 감독은 시즌2의 에피소드 넘버를 일부러 7, 8, 9…로 시작하게 했고, 그 이유를 “시즌1에서부터 쭉 이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선택은 시즌2의 서사 구조와 맞물린다. 시즌2는 시즌1에서 벌어진 일을 뒤로 밀어두지 않고, 그 사건을 목격한 인물들이 이후 어떻게 달라지는지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두 시즌의 차이를 “시즌1은 탈영병 개인, 시즌2는 군 조직”이라고 단순하게 나누면 정확하지 않다. 시즌1에도 이미 방관과 조직의 문제가 있었고, 시즌2에서 더 넓어진 것은 책임을 묻는 범위다.
새 시즌이 아니라 ‘그다음 사건’으로 시작한다
넷플릭스는 시즌2를 시즌1의 마지막 충격 이후, 여전히 변하지 않은 현실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소개했다. 시즌1의 조석봉 사건과 마지막부의 김루리 사건은 시즌2가 시작하면서 과거의 사건으로 밀려나지 않는다.
한준희 감독은 조석봉 사건을 목격한 인물들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루리 사건 역시 별일 아닌 것처럼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안준호·한호열·박범구·임지섭이 이후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시즌2에서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즌2의 에피소드 넘버를 7부터 이어간 선택은 단순한 표기 이상의 기능을 한다. 이 글에서는 그것을 “앞선 여섯 편에서 벌어진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구조적 표지로 읽는다.
시즌1의 질문도 이미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았다
시즌1을 “나쁜 선임 한 명과 피해 병사들의 이야기”로만 정리하는 것도 충분하지 않다.
2021년 영상화 인터뷰에서 한준희 감독은 원작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인 문제의식으로, 보지 않았다고 해서 군내 가혹행위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며 그냥 넘어가는 것 역시 방관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시즌1부터 폭력의 직접 가해자뿐 아니라 그것을 알고도 지나친 사람들의 태도를 함께 바라봤다는 뜻이다.
시즌1에서는 탈영병을 쫓는 과정에서 각각의 병사가 어떤 폭력과 부조리 속에서 이탈하게 됐는지가 주요 동력이었다. 시즌2는 그 질문을 이어받으면서, 사건을 알게 된 사람과 조직이 이후 무엇을 하는지까지 책임의 범위를 넓힌다.
시즌2에서 이동한 것은 ‘책임을 묻는 자리’다
이 변화는 감독의 설명에서 가장 분명하게 확인된다.
한준희 감독은 시즌1에서는 황장수라는 개인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물었다면, 시즌2에서는 시스템 전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체계 안의 모두를 똑같은 피해자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제를 알고도 방관한 사람들이 체계를 견고하게 만들었고, 안준호와 한호열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두 사람은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완전무결한 영웅으로 올라서지 않는다. 자신들이 무엇을 봤고, 어디에서 외면했으며, 이후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중요해진다.
특히 김루리 사건은 검거에서 끝나지 않고 그 이후의 조사와 재판까지 시즌2의 큰 배경으로 이어진다. 넷플릭스도 시즌2에서 새로운 비극 이후 복잡한 조사가 주요 전개를 이끈다고 소개한다. 따라서 시즌2에서 사건의 “종료”는 곧 책임 문제의 종료를 뜻하지 않는다.
책임 범위는 이렇게 넓어진다
시즌1과 시즌2의 차이는 안과 밖을 칼로 자르듯 나눌 수 없다. 시즌1에도 이미 방관자와 조직의 문제가 있었다. 다만 시즌2에서는 같은 질문이 더 바깥쪽으로 이동한다.
직접 폭력과 탈영 사건 → 목격자와 방관자 → 사건을 처리하는 사람들 → 조직과 시스템
아래 도식은 두 시즌을 별개의 주제로 나누기보다, 시즌1에서 이미 존재하던 질문이 시즌2에서 더 넓은 책임 범위로 확장되는 흐름을 정리한 것이다.

추적하던 사람이 추적당하는 순간, 장르의 방향도 달라진다
《D.P.》의 기본 장치는 군무 이탈 체포조가 탈영병을 찾아가는 추적이다. 시즌1은 이 장치를 통해 서로 다른 탈영병의 사정과 그들을 둘러싼 현실로 들어갔다.
시즌2도 이 구조를 버리지는 않는다. 다만 넷플릭스 Tudum의 공식 소개처럼, 진행 과정에서 추적하는 쪽에 있던 인물 가운데 한 명이 오히려 추적당하는 쪽으로 뒤집히는 전개가 생긴다.
이 변화는 D.P.조를 안전한 관찰자의 자리에서 끌어내린다. 이전에는 준호와 호열이 누군가의 도주 경로를 따라갔다면, 시즌2에서는 이들 자신도 조직의 판단과 책임 문제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이 글의 관점에서 보면 시즌1의 질문이 “이 병사는 왜 여기까지 도망쳤는가”에 가까웠다면, 시즌2에서는 “그 일을 본 사람들과 조직은 이후 무엇을 했는가”가 더 강하게 붙는다.
시즌2가 더 무겁게 시작하는 이유는 ‘후유증’에 있다
씨네21 인터뷰는 시즌2가 시즌1보다 다소 우울한 분위기로 시작한다고 짚었다. 한준희 감독은 이미 벌어진 큰 사건의 뒷부분을 다루기 때문에 분위기가 경쾌할 수만은 없었다고 답했다. 큰 외상을 겪은 인물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시즌1에서 준호와 호열의 콤비 플레이가 추적극의 리듬을 만들었다면, 시즌2에서는 두 사람이 이미 본 것과 겪은 것이 행동의 무게를 바꾼다.
그래서 시즌2의 확장은 사건을 더 크게 만드는 것에만 있지 않다. 한 사건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는 책임과 기억을 다음 회차가 계속 들고 가는 방식에 가깝다.
에피소드 넘버를 7부터 이어간 결정도 이 구조와 맞닿는다. 시즌1의 비극은 시즌 종료와 함께 정리되지 않는다.
이 해석의 한계
이 글은 넷플릭스의 공식 소개와 한준희 감독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두 시즌의 서사 범위 변화를 읽었다. 따라서 개별 장면의 모든 의미를 제작진의 명시적 의도로 환원하지 않는다.
또한 시즌1에 개인 문제만 있었고 시즌2에 처음으로 시스템 문제가 등장했다고 보지 않는다. 시즌1에도 방관과 조직의 문제가 이미 존재했다. 여기서 말하는 “확장”은 주제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뜻이 아니라, 시즌2에서 책임을 묻는 대상과 사건 이후의 처리 과정이 더 넓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두 시즌을 합쳐 보면 질문의 주어가 바뀐다
《D.P.》는 처음부터 탈영병만을 바라보는 작품이 아니라, 그들을 쫓는 병사인 안준호와 한호열을 중심에 둔다. 이 설정 때문에 시청자는 사건을 일으킨 사람과 피해를 입은 사람뿐 아니라, 그 사건을 보고 처리하는 사람의 위치도 함께 보게 된다.
시즌2는 그 위치를 더 불편하게 만든다.
폭력을 행사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것을 알고 있던 사람과 처리하는 사람, 조직을 지키려는 사람까지 질문의 범위를 넓힌다.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시즌2의 쟁점은 “방관자”에게도 책임을 돌리는 데 있다.
그래서 시즌2의 첫 에피소드에 붙은 ‘7’은 새 시즌의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시즌1과의 단절을 거부하는 번호다.
탈영병을 붙잡았다고 사건이 끝나는가.
잘못한 한 사람을 처벌하면 조직은 달라지는가.
그리고 그 일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어디까지 책임이 있는가.
시즌2는 완전히 새로운 질문을 꺼낸다기보다, 시즌1이 이미 시작한 질문을 더 많은 인물과 더 넓은 조직으로 밀어붙인다.
근거 자료
| 출처 | 확인할 수 있는 내용 |
|---|---|
| Netflix / About Netflix, 《D.P.》 시즌2 7월 28일 공개 확정 (2023-06-20) | 시즌2가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서 다시 시작된다는 공식 소개 |
| Netflix Tudum, Hit K-Drama ‘D.P.’ Is Back for a Highly Anticipated Season 2 (2023-07-28) | 추적하던 인물 중 한 명이 추적당하는 쪽으로 바뀌는 전개, 새로운 비극이 촉발하는 조사가 시즌2 전개를 이끈다는 소개 |
| 씨네21, [인터뷰] 방관자들을 향해 묻다, ‘D.P.’ 시즌2 한준희 감독 (2023-08-03) | 에피소드 넘버를 7부터 시작한 이유, 시즌1과 시즌2의 책임 소재 차이, 시즌2가 우울하게 시작하는 이유에 대한 감독의 직접 답변 |
| 씨네21, 《D.P.》 원작에서 상병이었던 정해인, 이등병으로 설정한 이유는 (2021-09-07) | 시즌1 기획 단계에서 감독이 밝힌 방관에 대한 문제의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