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과 설국열차: 계급을 ‘수직’과 ‘수평’으로 보여주는 공간 문법

“기생충은 수직, 설국열차는 수평”이라는 문장에서 시작하면

영화를 조금 찾아본 사람이라면 이 대비를 이미 알고 있다. 기생충의 계급은 위아래로 놓여 있고, 설국열차의 계급은 앞뒤로 놓여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이 문장이 알려주는 것은 두 영화의 지도 모양뿐이다.

지도는 공간의 절반만 설명한다. 나머지 절반은 규칙이다. 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 경계를 넘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그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언제 알게 되는지. 이 규칙에서 두 영화는 지도 모양보다 훨씬 크게 갈라진다.

아래에서는 네 가지를 비교한다. 이동의 방향, 접근 권한, 경계를 통과하는 방식, 그리고 관객에게 공간이 공개되는 순서다.

기생충 · 수직2층저택 1층반지하지하 벙커존재가 가려진 층완만한 계단가파른 계단도시 수평 이동설국열차 · 수평꼬리칸중간칸앞칸엔진뒤에서 앞으로바닥 아래 층위
수직과 수평은 두 영화의 주된 시각적 경향이다. 각 도식의 옅은 요소는 그 경향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표시한 것이다.

방향은 세트보다 먼저 정해졌다

기생충 미술감독 이하준은 씨네21 제작기 인터뷰에서 봉준호가 “처음부터 강조하셨던 점이 ‘위에서 아래로 계속 내려가야 한다’는 거였다”고 밝혔다. 방향이 먼저 있었고 세트가 그 뒤에 지어졌다는 뜻이다. 배우 동선도 마찬가지였다. 이하준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끝없이 내려가는 동선을 감독님이 주문하셨기에, 세트를 지을 때 그 동선에 맞게끔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화면 안에서 아래로 향하는 움직임과 왼쪽으로 흐르는 움직임이 겹치도록 공간 자체를 짠 것이다.

설국열차도 순서가 같았다. 봉준호는 2014년 인터뷰에서 “열차의 구조가 곧 서사의 구조”라고 말했다. 주인공이 뒤에서 앞으로 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꼬리칸과 앞칸을 오가며 교차편집했다면 어리석은 선택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열차는 26개 칸의 세트로 만들어졌다.

두 작품의 공통점이 여기서 먼저 드러난다. 봉준호는 두 번 다 공간의 방향을 서사의 진행 방향과 붙여놓고 출발했다. 방향이 정해진 뒤에 미술이 따라오고, 미술이 정해진 뒤에 카메라와 배우의 움직임이 따라온다. 수직이냐 수평이냐는 이 동일한 작업 순서가 만들어낸 결과의 차이지, 서로 다른 방법론의 차이가 아니다.

누가 그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가

기생충에서 기택 가족이 저택에 들어가는 통로는 고용이다. 과외 교사, 미술 치료사, 운전기사, 가사도우미라는 자격이 문을 연다. 자격을 얻은 뒤에는 계단이 늘 그 자리에 있고, 그들은 매일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그런데 그 계단이 전부 같은 계단은 아니다. 이하준은 층에 따라 계단의 규격을 다르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부잣집 계단은 우아하게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도록 높이가 낮고 넓은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가파르고 높다.” 그는 이 작업을 “계단과의 사투”라고 표현했고, 그렇게 많은 계단을 만들어본 것은 처음이었다고 했다.

여기까지가 제작진이 밝힌 사실이다. 이 규격 차이를 계급별 이동 경험의 차이가 몸으로 번역된 결과로 읽을 수 있다. 위층으로 향하는 몸은 편하게 지나가고, 아래로 향하는 몸은 버텨야 한다. 같은 집 안에서 같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난이도의 구조물을 지나는 것이다.

한편 저택에는 고용으로도 열리지 않는 공간이 있다. 지하 벙커다. 이 공간은 접근 권한 이전에 존재 자체가 가려져 있다. 박 사장 가족과 기택 가족은 모르고, 문광과 근세는 그 공간의 존재를 알고 있다.

설국열차의 접근 조건은 더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제시된다. 봉준호는 남궁민수가 문을 여는 인물이며, 인물들이 아주 어렵게 칸에서 칸으로 이동해 매번 새로운 세계를 열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을 여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 대열에 없으면 전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기생충의 계단이 늘 거기 있는 구조물이라면, 설국열차의 경계는 매번 누군가 열어야 비로소 통로가 된다.

이어지는 계단, 끊어지는 문

기생충의 이동은 끊기지 않는다. 봉준호는 2019년 칸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이야기의 대부분이 한 채의 큰 집에서 벌어지고 각 공간이 계단으로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이 영화를 “계단 영화”라고 부르며 작업했다. 관객은 인물을 따라 한 층씩 이어서 내려가고, 그래서 폭우 속 하강 장면처럼 공간이 계속 아래로 풀려나가는 시퀀스가 가능해진다.

설국열차의 이동은 매번 끊긴다. 문 하나를 지나면 앞의 공간과 이어지지 않는 다른 공간이 나온다. 이 단절은 설정 단계에서 의도된 것이다. 미술감독 온드레이 넥바실은 열차가 한 사람이 한 시점에 설계한 것이 아니라는 원칙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윌포드 생애의 서로 다른 시기에 만들어진 칸들이 이어 붙어 있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칸마다 재료와 밀도와 분위기가 달라진다. 봉준호가 말한 “한 세계를 다음 세계와 구별짓는 것”이 미술의 실제 과제였던 이유다.

같은 계급 서사를 다루면서도 관객이 겪는 리듬은 반대가 된다. 기생충은 한 공간이 다음 공간으로 흘러 들어가고, 설국열차는 한 공간이 닫힌 뒤에 다음 공간이 열린다.

관객은 언제 그 공간을 알게 되는가

네 축 가운데 가장 큰 차이가 여기 있다.

설국열차는 관객에게 공간 정보를 인물과 같은 속도로 준다. 앞칸을 미리 보여주지 않는 편집 원칙 때문에, 관객은 문이 열리는 그 순간에만 다음 칸을 본다. 교실칸도 수족관칸도 사우나칸도 인물이 도착하기 전에는 존재를 알 수 없다. 관객은 커티스보다 한 칸도 앞서지 못하고, 그 대신 인물과 정확히 같은 놀라움을 겪는다.

기생충의 방식은 정반대다. 전반부에서 관객은 저택을 충분히 배운다. 어느 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누가 어디에 있으면 누가 보이지 않는지를 익힌 상태에서 후반부의 소동을 따라가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다 파악했다고 여긴 집 안에서 벙커가 뒤늦게 열린다.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을 모르고 있던 사람의 범위다. 박 사장 가족만 몰랐던 것이 아니다. 기택 가족도 몰랐고, 관객도 몰랐다. 문광이 돌아와 문을 열기 전까지, 관객이 파악했다고 믿었던 집의 구조 밖에서 새로운 층이 드러난다.

설정상 이 집과 벙커를 만든 사람은 건축가 남궁현자다. 화면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봉준호는 각본집 인터뷰에서 화면에 나오지 않는 인물을 각인시키기 위해 특이한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고, 벙커 구조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서 이미지 일부를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즉 이 공간에는 설계자가 존재하지만, 현재 집주인인 박 사장 가족은 그 공간의 존재를 모른다.

두 영화의 정보 공개 방식을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설국열차는 공간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기생충은 공간을 한 지점에 몰아두었다가 뒤늦게 터뜨린다. 앞의 영화가 계속 앞을 궁금하게 만드는 구조라면, 뒤의 영화는 이미 안다고 믿게 만든 다음 그 믿음을 무너뜨리는 구조다.

설국열차문이 열릴 때마다 새 공간이 공개된다기생충저택 학습 구간벙커 공개
가로축은 러닝타임의 상대적 진행이며 실제 분 단위 시점이 아니다.

수직과 수평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

지금까지의 비교는 두 영화의 주된 시각적 경향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절대 공식으로 쓰면 곧바로 틀린다.

기생충은 수직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반지하 동네와 저택은 애초에 도시의 다른 장소에 있고, 그 사이에는 실제 수평 거리가 존재한다. 폭우 속 하강 시퀀스가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도 계단만 있어서가 아니라, 계단과 골목과 도로와 터널이 이어 붙어 하나의 긴 내리막처럼 편집되기 때문이다. 수직은 여기서 지형이라기보다 편집이 만들어낸 감각에 가깝다.

설국열차 역시 수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열차 안에는 앞뒤 축과 별개로 바닥 아래의 층위가 존재하고, 후반부에 그 층위가 드러나면서 앞뒤로만 이해하던 구조가 다시 흔들린다.

그리고 한 가지를 분명히 해둔다. 봉준호가 이 두 작품을 의도적으로 수직 대 수평으로 설계했다고 직접 말한 자료는 이 글을 쓰면서 확인하지 못했다. 위에서 비교한 것은 감독의 의도가 아니라 완성된 화면과 세트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제작진이 밝힌 것은 각각의 방향 지시와 설계 원칙이지, 두 작품을 짝지어 대비했다는 진술이 아니다.

다시 볼 때 달라지는 것

이 네 축을 알고 두 영화를 다시 보면 볼 것이 생긴다.

기생충에서는 인물이 계단을 지날 때 그 계단의 폭과 경사를 보게 된다. 같은 배우가 위층 계단과 지하 계단을 지나는 걸음걸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눈에 들어온다. 설국열차에서는 문이 열린 직후의 화면을 보게 된다. 칸마다 재료와 밀도가 달라지도록 만들어진 설계가, 앞 칸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곧바로 알려준다.

한 가지 덧붙이면, 두 작품 모두 봉준호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함께했다. 같은 조합이 계급을 다루면서도, 두 작품은 공간 정보를 공개하는 타이밍을 다르게 설계했다. 공간의 모양보다 이 선택이 두 영화를 더 크게 갈라놓는다.

네 축 요약

기생충 설국열차
이동 방향 위에서 아래로. 감독이 하강 동선을 먼저 지시하고 세트가 뒤따랐다 뒤에서 앞으로. 열차의 구조를 서사의 구조와 같은 것으로 설계했다
접근 권한 고용이라는 자격이 문을 연다. 계단은 늘 있지만 층마다 규격이 다르다. 벙커만은 자격으로도 열리지 않는다 문을 여는 기술을 가진 인물이 있어야 전진이 성립한다. 매번 어렵게 열린다
경계 통과 계단으로 이어지는 연속적 이동 문마다 끊기는 단계적 이동. 칸마다 만들어진 시기와 성격이 다르다는 설정
정보 공개 집을 다 파악했다고 믿게 한 뒤 벙커를 뒤늦게 연다. 관객도 기택 가족도 몰랐다 인물이 문을 여는 순간에만 다음 칸을 보여준다. 관객은 인물보다 앞서지 못한다


참고한 주요 자료

출처 확인할 수 있는 내용
씨네21, <기생충> 제작기: 이하준 미술감독 인터뷰 계단 규격을 층마다 다르게 설계한 이유, “위에서 아래로” 연출 지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는 배우 동선 주문
Korea Herald, 2019년 칸영화제 기자회견 보도 (2019-05-22) 봉준호가 밝힌 저택 중심 구성과 계단 연결 구조, 제작진이 “계단 영화”라 부른 사실
SBS 뉴스 (2020-02-12) 각본집 수록 인터뷰 인용. 건축가 남궁현자 작명 의도, 지하 벙커 구조의 참고 자료
The Mary Sue, 봉준호 인터뷰 (2014-06-27) “열차의 구조가 곧 서사의 구조”라는 발언과 그 이유
Den of Geek, 봉준호 인터뷰 (2014-06-24) 남궁민수가 문을 여는 인물이라는 설명, 칸마다 새로운 세계를 열고 구별짓는 것이 과제였다는 발언
ScreenAnarchy, 봉준호 인터뷰 (2013-11) 26개 칸 세트 제작, 꼬리칸과 앞칸의 교차편집을 배제한 이유
Vice, 온드레이 넥바실 미술감독 인터뷰 열차를 한 시점에 설계된 구조물로 보지 않은 설계 원칙, 칸별 건조 시기 설정